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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한 세월을 누리며
날마다 커가는 그리움이 바위산처럼 무겁다.
역정을 반추하는 외로운 넋이여.
보면 볼수록 가깝고도 먼 얼굴이여
보고픈 맘 꿈속에서 피어난 수련을 반긴다.
함부로 범치 못할 단아한 수련.
청초한 모습 아닌 모습이 세월을 건너
하나의 의미가 인연을 살린다.
매섭도록 차겁고 얼음처럼 시린
그대여. 목련꽃이 피는 대낮에 진정 그 의미를
한(恨) 속에 승화시키리라...
그 한이 안으로 익어 그리움을 애태우는가.
목메인 그리움이 한을 씻어 낼까.
한 점 구름 이는 날이 바로 아프게 저며내는
태양의 8월.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되새기는
8월의 태양빛이여.
그 빛 어둠을 앗아간지 언제인가.
영혼의 벌판에 시들지 않을 수련이
갓핀 꽃술에 이슬을 머금고 이 누리를
보둠고 오늘을 경작하는 그 향기로움이여.
그 향기 8월에 하늘을 울리더니
그대로 이어지는 순일한 향기는
고단한 삶터를 보람으로 일구어준다.
어디 그 뿐인가.
나날의 삶이 싱그럽게 바람을 일으키면
수련을 향한 그 빛이 이 자리를
뜨겁게 달구어 가는 길-.
아스란 빛아닌 그 빛을 따라
그리움이 익어가는 그길에서
비수같은 아픔이 가슴애이는 슬픔들이
언젠가는 영글어질 하나의 별.
선도화를 드리고 싶어라.
감색 짙은 색깔로 새로워진 그대여!
서늘한 눈매에 노을이 걸렸구나.
적막한 뒷모습이 달빛처럼 시립구나.
마실수록 갈증은 더해지고
만질수록 더 멀리 서 있은 그대여.
갈증을 풀어보고 싶어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 먼 산 구름처럼 길을 나설까.
무거운 세월의 짐을 나눌길 없어
작은 바람이 불어도 안으로 다짐하는 수련.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열어 놓지만
메마른 잎사귀는 시들줄 모르리라-.
무심한 세월 밖의 노래여
구김살 없는 이 길에 오계절이 오가고
소리없는 소리들이 길을 밝혀주는가.
마음골짝에 스산한 바람이 일어도
앓는 가슴 덮어줄 따스한 그리움이
눈 속에서 찬물 마셔도 식을 줄 모른다오.
사무침이 너무 오래인 사무침이 연실 속에서
수련이 다시 피어나 이렇게 하늘을
보둠고 서 있는 8월의 태양.
한낮에는 촛불없어도 되지만,
보름밤도 구름이 끼이면 그믐날처럼 어두운 세상.
누가 어두운 세상이라 했던가.
이리 개인날이 사무침의 촛불은
이제 연실이 된 지금.
무엇이 두렵고 아쉬움이 있을까마는
못다한 사연들은 샘물처럼 항상 솟고 있다오-.
한발 가까이 다가온 그대여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나눌 그대여.
내생에 다시 꽃필 수련은 생각하지 말자.
전생에 맺은 인연이라 오늘이 즐겁지 않는가.
지금 여기서 꽃문을 열면 내생도 전생도
이 꽃 속에 있지 않겠는가.
가슴 조이던 만남의 시간. 언제 어디서
무엇을 버리려고 시간의 만남이 이렇게
마음 조이게 하는가. 이 마음의 깊은 골짝을...
목련꽃이 고개를 들려면 아직은 멀었는데
시간의 만남은 어찌 이리 빠르기만 하는고.
가지마다 목련이 새옷을 입는 그날,
내 영혼의 넋이 혼을 타고 수련의 아련한 꽃술에다
붉은 피를, 샛파란 피와 피를 마시며
오늘을 삼켜버려야 풀리겠는가
이 그리움의 매듭과 매듭이-.

-이 해를 마지막 보내는 섣달 그믐밤에
목련꽃 피는 그 나무를 보둠고

-1980년대?(미상)




내 가슴 그윽한 솔밭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마르지 않는 정과 그리움이 함께 솟아나
시들지 않는 수련을 하늘바다에 피어 놓는다.
가없이 열린 하늘에 핀 수련.
애절한 사연을 모를리 없지만 어찌하랴
이 땅과 하늘마다는 합일 없는 철길처럼
두줄기 길이 땅에 하나를, 하늘에 하나를
나 있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래서 애절한 기적소리 울리며 철마는
철마는 쉬임없이 가고 있지 않는가.
고단한 세월의 바람을 안고 이 길을 가는
철마의 모습에 누가 애타는 마음의 눈을
씻을 수 있으랴-.
천지를 뒤흔드는 이 소리없는 소리를 들으며
햇빛 쨍쨍한 파란 하늘에 번개치고 소낙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수련아.
목련꽃 피는 날은 언제쯤일까-.
목련이 피면 아련한 꿈길에서 8월이 살아난다.


Posted by 월인천강

강원도에서

강물처럼 2008/03/26 14:34


자연은 마음이고
영혼은 푸른숲이라는 것을
그래도 굽이굽이 개발이라는 것에
덜 상처입은 강원도의 오지를,
태백에서 정선으로 가는 풍경을 보면서
다시 실감을 했다.
마음과 영혼
자연과 숲들 ...

톨스토이는
ㅡ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순간이고 ,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ㅡ

지금 이순간
여기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이란 것을 알지만
현실은 그렇게 살아가라고
가만히 두질 않해서 탈이 생기는 사람살이다

매순간
지금 어떤 삶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조해 보는하루다.

Posted by 월인천강

다함께 가야할 이 길인데
막가는 세상도 아닌데 요즘 사람들은 저혼자 편히 살겠다며 너무 설치고 허풍을 떠는 것 같다. 곳간을 채워놓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가는 몰라도 어디를 가나 아래 위가 없고 동행자끼리도 발걸음과 말씨가 거친 볼품없는 짓을 예사로 한다. 알고보면 별 것 아닌데 속들여다 보이는 허세를 부리는가 하면, 나 보라는 듯이 얼굴내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불어나는 세태다.
저울눈금 하나 잘 볼 줄 아는 재주를 시기한다거나 밥상의 음식이 탐이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리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 '등따시고 배부르면' 할 일이 더 많을 것인데, 기껏 한다는 짓들이 말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괴롭히는 그런 행동만을 골라가며 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세상이라 하지만, 함께 가야할 이 길을 잘 손보지는 못할 망정 홈을 파거나 주위까지 지저분하게 더럽혀서야 되겠는가를 앞서가는 분들께 묻고 싶다.
우리는 무연한 남남의 사이가 아니라 저마다 소중한 목소리와 색깔을 지니고 자기 실현의 길을 가야할 동행자이며, 한 뿌리에서 자라난 가지와 다름없는 그런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만남을 통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곱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둣돌을 하나씩 놓아가며 길가에는 나무를 심거나 꽃씨라도 뿌려 이 길을 보살피는데 보람을 가져야 될 줄 안다. 그리고 응달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열어 보면 어떨까? 진실과 사랑에서 우러난 참된 행동은 자신은 물론 이웃까지 삶의 텃밭을 풍요롭게 일구어 나갈 것이라 믿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노둣돌을 놓고 꽃씨를 뿌리는 사람들
물량의 세찬 물결을 견디다 못해 정과 사랑을 건네줄 노둣돌이 떠내려가 버린 냇물에는 지금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거기다 흥청거리는 놀이패들의 등살에 길가의 푸른 숲들은 생기를 잃어가고 뚜쟁이들의 쉰 목소리에 놀라 풀꽃들은 제 색깔의 꽃을 피우질 못한다.
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풀꽃처럼 싱그럽게 살아가는 젊은 분들이 이웃의 건강을 보살피자는데 뜻을 모아 "건강한 이웃"이란 노둣돌을 하나씩 놓아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늘푸른 소나무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뿌리 역할을 하면서도 더럽혀진 노변에 꽃씨를 뿌리며 자기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돈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며 철저한 수전노 기질을 갖고 있는 유태인도 자기 수입의 십분의 일은 봉사활동에 사용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살만한 사람들이, 얼굴값 정도는 할 수 있는 분들이 아직도 장돌뱅이와 놀이패들의 장단에 따라 헤픈 춤을 추면서 목청을 돋구고 살아서야 되겠는가. 나중에 걸어올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촐랑거리거나 덤비지 말고 제자리 하나만은 올바로 지키면서 삶의 보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건전한 삶이란 먼저 자기 질서를 지키면서 이웃과 다툼이 없이 조화를 이루어 갈 때 한 층 빛이 더 난다. 질서와 조화가 있는 이런 생활은 삶의 질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자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저마다의 색깔을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이웃의 건강을 위한 약사님들의 건전한 삶이 모아져 큰 흐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모두 인연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해야할 일은 보은의 실천 말고 다른 일이 있겠는가.
-단잠을 설쳐가면서 애써 차려놓은 밥상을 염치도 없이 내 솜씨인 것처럼 자랑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
하다못해 연탄 한장이라도 갈아 넣어 보았으면 편집자의 청에 맞는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인데......
처음 모임을 가질 때부터 지금까지 커피 한잔 값을 아끼려고 손수 가져 온 음료수를 마시면서 편집회의 하는 것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호텔 연회장을 단골로 이용하는 똑똑한 분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지만, 항상 깨어있는 사람들의 사랑과 격려가 너무나 고맙다. 나그네길이 아닌 참된 삶을 살기 위해 신나는 놀이마당을 펼치는 편집위원님들의 흥겨운 장단이 계속되길 기원한다.

-藥鄕 제8집. 1990

Posted by 월인천강